프로젝트를 잠시 내려놓으며
약 3주간 앱을 기획하고 개발해왔다. 전국의 공공임대, 공공분양, 민간분양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하고, AI로 공고문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였다. 개인적으로는 꽤 야심찬 프로젝트였고, 실제로 상당 부분 구현도 완료했다.
그런데 지금 이 개발을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.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.
1. 데이터 수집의 벽: 크롤링과 API의 현실
처음에는 공공데이터포털의 Open API만 쓰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. LH, SH, GH, 청약홈 API를 신청하고 연동하면 전국의 모든 청약 정보가 깔끔하게 들어올 거라 기대했다.
현실은 달랐다.
API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
- API 미제공 기관: iH(인천), 부산, 대구 등 지방 도시공사들은 자체 API가 없거나, 있어도 공공데이터포털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.
- 데이터 형식 제각각: LH는 JSON, 청약홈은 XML+JSON 혼합, 어떤 곳은 파일 다운로드만 제공했다.
- 공고문 원문: AI 분석을 하려면 공고문 전문이 필요한데, API는 링크만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. 결국 그 링크를 크롤링해야 했다.
크롤링의 함정
크롤링으로 방향을 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만났다.
- 사이트 구조 변경: 공공기관 사이트도 개편을 한다. 파서를 짜놓으면 몇 주 뒤에 깨진다.
- IP 차단: 짧은 시간에 많은 요청을 보내면 차단된다. 프록시를 써야 하는데, 그러면 비용과 복잡도가 올라간다.
- 동적 페이지: 자바스크립트로 렌더링되는 페이지는 단순 HTTP 요청으로는 데이터를 가져올 수 없다. 헤드리스 브라우저가 필요하다.
- 법적 리스크: 이용약관에 크롤링 금지 조항이 있는 사이트도 있었다. robots.txt를 확인해야 했고,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도 따져야 했다.
결국 "무료로 시작한다"는 계획은 무너졌다. 크롤링 인프라(프록시, 서버, 모니터링)에만 월 수십만 원이 필요했고, 유지보수 시간도 만만치 않게 예상되었다.
2. 이미 잘 만든 앱들이 있다
개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 서비스들을 분석하게 됐다.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, 이미 훌륭한 앱들이 많았다.
- 청약홈 공식 앱: 정부가 직접 만든 앱이다. 데이터 정확도와 신뢰성에서 따라갈 수 없다.
- 마이홈: LH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주거복지 포털이다. 공공임대, 주거급여, 금융지원까지 통합 제공한다.
- 민간 앱들: '청약알리미', '공공주택 알리미' 같은 앱들은 이미 수년간 운영되며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왔다. UI/UX도 세련됐고, 알림 기능도 정교하다.
내가 "AI 분석"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우긴 했지만, 정작 사용자 입장에서는 "그냥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주는 앱"이 더 중요하다. AI 분석은 있으면 좋은 부가 기능이지, 핵심 가치는 아니었다. 분석은 본인이 하는것이 나을 수도 있다.
3. 그래서 고객 확보가 어렵다
냉정하게 계산해봤다.
| 개발 비용 | 현재까지 10만원( 딥시크 v4 pro API 사용값 ) |
| 운영 비용 | 월 3만원 이내 ( 현재는 supabase 무료 티어, AI 분석 API 사용량 값) |
| 차별점 | AI 분석 (경쟁 앱도 곧 따라올 수 있음, 딸깍으로 가능) |
| 사용자 확보 | 공식 앱과 기존 민간 앱 사이에서 틈새를 찾아야 함 |
| 수익 모델 | 광고? 프리미엄? 솔직히 불분명 |
"어렵게 만들어도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"는 결론에 도달했다. 이건 패배가 아니라 현실적인 판단이다.
첫 바이브코딩 프로젝트로 빠르게 출시를 목표 했기 떄문에, 상심이 컸다.
4. 그럼에도 남는 것들
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것들이 있다.
- Supabase + Flutter 조합: 백엔드 없이도 완성도 높은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.
- DeepSeek V4 Pro 활용: 공고문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프롬프트 설계 경험은 다른 프로젝트에 재활용할 수 있다.
- TDD와 문서화: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테스트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경험은 값지다.
- 현실 감각: "기술적으로 가능하다"와 "사업적으로 성공한다"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배웠다.
5. 앞으로의 계획
당장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한다. 하지만 완전히 버리는 건 아니다.
- 데이터 수집 자동화가 해결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. 예를 들어, 공공기관이 통합 API를 제공하거나, 크롤링을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.
- 틈새 시장을 찾는다면 가능성이 있다. 예를 들어,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(청년, 신혼부부)에 특화된 서비스라면 경쟁이 덜할 수 있다.
- 기술 자산은 다른 프로젝트에 활용한다.
마치며
개발을 중단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. 특히 직접 기획하고, 문서를 만들고, 코드를 짜온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.
하지만 "이건 안 되겠다"는 판단을 빨리 하는 것도 능력이다. 매몰비용에 집착해서 시간과 돈을 더 쏟는 것보다, 지금 멈추고 배운 것을 다음에 활용하는 게 낫다.
여기서 잠시 멈추고, 다른 프로젝트로 가겠다. 언젠가 다시 시작할 날이 오면, 그때는 더 나은 준비를 하고 돌아오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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